일본보다 심각한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실태

MF 이후로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그만큼 청년들은 취업이 힘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취준생들이 쌓이고 있죠. 이 중에는 아예 취업을 포기해버리고 취준생에서 취포자로 넘어가는 경우도 늘고 있고요. 이런 구직 포기자의 숫자가 역대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취준생이나 공지생도 아니고 출산이나 육아 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 크게 아픈 것도 아닌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집에서 그냥 놀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지난 4월에 66만 명이 나왔어요. 20대가 38만명이 넘었고요. 30대도 27만명이 넘었습니다. 참고로 4~50대가 61만이 나왔거든요. 2~30대가 4~50대를 추월했어요. 노는 중년보다 노는 청년이 많아진 거죠. 이게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랍니다. 원래 청년들은 취준생이라는 신분이 있기 때문에 이유 없이 쉬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하거든요.

지금 청년들 전체 인구가 줄고 있잖아요. 작년에만 28만 명이 줄었습니다. 청년 인구는 줄고 일하는 인구는 더 줄고 이러면 결국은 세금 내고 돈을 쓰는 인구가 준다는 건데 앞으로 세금 쓸 때만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영 좋지 못한 소식이 들리는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구직포기자가 쌓이게 되면 이들 중 일부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 쉬운 구조고요. 다시 그 일부가 청년고독사로 가게 되는 그런 맥락들이 있습니다. 일종의 불행의 낙수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은둔형 외톨이 얘기를 해볼 건데 은둔이라는 거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공간적으로 고립이 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고요. 외톨이라는 거는 대인관계가 거의 없이 관계적으로 고립이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런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있는지는 추정치만 나와 있는 상황인데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추정치는 24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해요. 전체 청년 인구의 2.4%가 나옵니다. 근데 이 비율이 일본보다 높은 거라는 주장이 있어요. 히키코모리의 원조격인 일본보다 상태가 안 좋다는 건데 항상 우리가 일본의 인구 문제를 따라가지만 더 안 좋게 따라간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이것도 그런 맥락에 있는 거 같아요. 심지어 전문가들은요 실제로는 더 많을 거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상 집에만 있기 때문에 찾아다가 조사를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조사에 잘 응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드러나지 않은 수치가 있을 거라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막 체감을 하기는 쉽지가 않아요. 주변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보신 적이 있나요? 집에만 있으니까 그 가족들 역시 주변에다 말을 안 해요. 체면 때문에 숨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노출이 잘 안 되니까 실제보다 적어 보이고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극소수의 남의 일처럼 생각하게 되니까 이거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을 하는 것도 굉장히 늦어진 편이에요. 정부도 이제서야 움직이고 있거든요. 근데 이게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거를 이대로 그냥 방치하게 되면 사회적, 국가적으로 문제가 커질 수가 있어요.

먼저 간 일본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일본은 은둔형 외톨이가 120만이라고 합니다. 인구를 감안해도 굉장히 많죠. 왜 이렇게 많냐면 히키코모리가 청년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4~50대 중년도 히키코모리가 있어요. 오히려 청년보다 중년이 더 많습니다. 일본도 원래는 히키코모리가 청년의 문제였는데 이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장기화가 되면서 이 사람들이 그대로 자라 가지고 중년이 된 겁니다. 이게 이미 중년의 문제가 됐어요. 방치하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일본에서는 이거를 8050 문제라고 부르는데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분양하고 있어요. 부모들도 은퇴하고 소득이 없을 나인데 무직의 50대를 키우다가 보니까 부모도 노후가 망가지고 가족 전체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가정이 붕괴가 되고 있습니다. 굉장한 사회적인 문제인데 제대로 드러난 게 2019년이에요. 그 일반인들 중에도 범죄자가 있듯이 히키코모리 중에도 범죄자가 나올 수 있거든요. 50대 히키코모리가 흉기를 휘둘러 가지고 사상자가 19명이 발생한 적이 있어요. 특히 피해자 중에서 초등학생이 많았고 며칠 뒤에 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집니다. 이번에는 히키코모리가 피해자였는데 특이한 거는 가해자가 아버지였다는 거예요. 아버지가 아들을 헤친 사건이에요. 심지어 이 집안이 엘리트 집안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도쿄대를 나오고 차관까지 찍어본 엘리트 관료였어요. 일본 열도가 그야말로 뒤집혔습니다. 이 사건도 아들이 40대였거든요 이런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8050 문제가 더 관심을 받게 됐죠. 근데 왜 이렇게 문제가 장기화가 됐냐?

히키코모리 문제는 두 가지가 중요해요 가정 내부에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화가 될수록 해결이 더 힘들어지니까 가능한 빨리 대응을 해야 되거든요. 결국은 조기에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한데 문제가 일본은 체면이 중요해서 내 가정의 흠을 주변에 말하기를 꺼립니다. 내 자식이 집에서 논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조기에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이 문제가 국가적으로 장기화가 된 겁니다. 근데 이게 남의 나라 일이 아닌 게 우리 한국도 체면이 중요하잖아요. 똑같이 따라갈 가능성이 큰 거예요. 이렇게 되게 싫으면 분위기를 바꿔야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이 돼야 돼요. 이들을 패배자로 나게 될 찍어버리니까 가족들 입장에서는 이게 창피한 일이 되잖아요. 이게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라는 인식이 먼저 생겨야 됩니다. 그러려면 이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사람들인지 먼저 이해를 해야겠죠.

알고 보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계기들이 있어요. 사람이면 누구나 유년기부터 청소년기, 청년기까지 여러가지 부정적인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거든요. 하나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경험을 하고 트라우마가 생긴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경쟁에서 실패하는 경험을 하고 좌절감을 학습하는 경우가 있어요. 일단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먼저 보자면 우리가 처음으로 속하는 사회가 가정이죠. 그 다음이 학교고 그 다음에 직장인데 이 중 어딘가에서 심각한 대인관계 문제를 경험하신 분들 이게 너무나 큰 상처나 트라우마가 되신 분들이 은둔 청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폭이나 왕따를 당했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일본에서 차관이 아들을 죽인 사건도 아들이 왕따 경험했던 사례입니다. 그렇게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깊이 자리를 잡으면서 타인이 없는 집으로 방으로 숨어드는 겁니다. 특히 외모 때문에 상처를 받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외모에 대해서 흉을 보는 경험들이 반복이 되면서 타인의 시선을 피해서 숨는 경우인데 영화 김치 표류기에도 보면은 여자 주인공이 은둔형 외톨이거든요. 이분이 얼굴이 흉터가 있어 가지고 따돌림을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근데 보통 사회에서 받은 상처는 가정에서 회복을 하기 마련인데 문제는 이 가정이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요. 내가 되게 힘들다는 얘기를 하는데 부모님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한다거나 오히려 더 강압적으로 훈육을 한다거나 혹은 무시하고 그냥 방치를 했다거나 아니면 맨날 부부싸움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한 부모 가정이라 케어할 상황이 안 될 수도 있고 정말 심각한 경우는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기도 하고이 가정이 상처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후벼 파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으로부터 숨어 들면서 아예 방에서 안 나오는 경우가 있고 독립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족들과도 연락을 잘 안 해요. 그러다가 청년고독사가 나오는 것이고 보다시피 일반적인 사람들은 겪어보지 못한 감당하기 힘든 경험들을 하신 분들한테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보고 나약하다고 말할 수가 없는 거죠. 특히 실패나 상처와 같은 경험은 조금씩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거기에 무뎌지고 둔감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정서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고 더 큰 상처도 견딜 수 있는 건데 이 은둔 청년들의 경우는 유독 감수성이 민감한 청소년 시절에 충분한 면역력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은 거예요.

다음은 이제 경쟁에서 실패하는 경험인데 아마도 제일 처음 겪는 실패가 입시 실패일 것 같아요. 그 다음이 이제 취업경쟁에서의 구직실패고 또 직장생활에서도 적응에 실패할 수 있죠. 이 무한 경쟁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패배자가 양산 될 수밖에 없고 이들은 좌절감과 도태감을 겪게 되는데 이거를 유독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부모의 기대가 컸다거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컸다거나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잘 나가서 내가 유독 더 도태가 돼 보인다 등이 있겠지만 제일 큰 문제는 사회적인 분위기입니다.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좋은 아파트에 살고 이런 게 너무 표준화가 돼 있고 이 표준 밖에 있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분위기도 있고 그만큼 이들의 좌절감이 너무 큰 거죠. 이 좌절감 때문에 남녀 갈등 문제도 격해지고 있고 이 좌절감이 유독 큰 사람들 중에 일부가 은둔형 외톨이로 넘어가고 있고 이 사회 구조 자체가 되게 쉬운 구조예요. 양극화가 너무 심해지고 있잖아요. 특히 imf가 기점이 됐는데 당시에 대규모 실직이 발생했고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졌어요. 핵심인력만 정규직으로 고용을 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돌려버리고 그만큼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겁니다. 좋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에 치열해지고 취준생 신분이 길어지고 스펙만 쌓이고 있어요. 한편에서는 아예 구직포기자가 나오고 있고 그만큼 도태되는 사람이 양산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 N4세대가 등장을 하는 것도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 있는 겁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