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량의 비타민C 섭취와 사망률의 관계

지금까지는 비타민C에 대한 부작용이 기껏해야 설사, 위통 그리고 신장 결석 정도만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연구 결과로 드러난 부작용은 수명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조금은 심각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비타민C에서 발견된 문제가 어떤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최신 연구 결과

올해 4월에 발표된 이 연구는 혈중 비타민C의 수치와 사망률간의 연관성에 대해 보고하고 있습니다. 약 만 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비타민C 결핍 상태로 부터 혈중 비타민C 수치가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비타민C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오히려 U자 형태로 사망률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비타민C 를 적당한 수준까지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었지만 비타민C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경우 비타민C가 결핍된 것 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비타민C가 역효과를 나타내는 포인트가 어디냐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사망률이 올라가기 시작한 포인트는 혈중 비타민C 수치가 1.06mg /dL일 때입니다. 이정도 수치는 하루에 100~200mg 비타민C를 섭취해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타민C 영양제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500~1000mg 수준의 비타민C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하루에 100~200mg만 섭취해도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비타민C에 관한 기존 상식을 뒤엎는 연구 결과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비타민C는 항산화제 입니다. 우리 조직을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의 세포를 보호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항산화제가 언제나 우리 몸에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항산화제를 고용량으로 섭취하면 의도와는 다르게 몇몇 질병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증가한 현상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 되었습니다.

활성산소는 우리의 조직을 손상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 건강에 불필요한 암세포 같은 해로운 세포를 공격하는 데 나름의 역할이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활성산소가 반드시 세포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항산화제를 과량 섭취하는 경우 양날의 검처럼 역으로 삼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비타민C가 우리 몸에서 쉽게 배출되는 수용성 물질이라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확실히 수용성 물질은 지용성 물질과 다르게 우리 몸에 축적되지 않는 만큼 상당히 안전한 편입니다. 다만 장기간 꾸준히 섭취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용량의 비타민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면 비타민이 모두 배출되기 전에 새로운 비타민이 공급되어 서 우리의 혈액과 조직에서 항상 높은 농도로 유지됩니다. 이 경우 단기간에는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고농도의 비타민에 수 년 단위로 장기간 노출되면 앞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비타민C가 오히려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는 이론적으로 말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도 헛점이 있습니다. 이런 관찰 연구에는 고질적인 취약점이 있습니다. 통제된 임상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생활 환경이나 식습관 같은 다른 변수를 적용해서 다시 계산했을 때 기존의 결론이 뒤집히는 경우가 간혹 나타납니다. 물론 이번 연구의 데이터는 높은 통계적 유의성으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고 성별, 나이, 식습관, 영양제 섭취 여부, 흡연, 질병 등 여러 변수를 적용해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을 통한 조사 인 만큼 여러 가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따라 이번 연구만으로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어렵습니다.

㉡ 결론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했을 때 과량의 비타민C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정설로 받아들이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복용하는 비타민C가 실제로 우리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게 맞는지,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는 논문 이라고 해도 어쨌든 사망률 증가라는 결론이 도출된 것은 사실이고 이론적으로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C를 매일 의무적으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가능하면 과일로 섭취하는 것을 권해드리며 평소에 과일을 잘 챙겨드시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주일에 세네번 정도 500~1000mg 정도의 높지 않은 용량으로 섭취하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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